
원작 웹툰의 어두운 톤을 밝게 바꾼 영화가 과연 성공작일까요? 영화 「시동」은 웹툰 원작을 가족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저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원작을 알고 있던 터라, 각색된 부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32세 박정민이 19살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던 건 정말 놀라웠습니다.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을까
원작 웹툰에서 태일과 상필은 일진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순화했습니다. 일진이라는 설정을 버리면서도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건 태일의 화장실 흡연 장면이나 경주의 복싱 체육관 에피소드가 삭제된 점입니다. 제작진은 태일의 성장 서사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원작의 입체적인 세계관이 다소 평면적으로 변한 느낌이었습니다.
정해인이 연기한 상필의 면접 장면과 첫 월급 에피소드도 삭제됐는데, 이 장면들이 있었다면 상필이라는 캐릭터가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설 수 있었을 겁니다.
곽성무 사채업자는 원작보다 훨씬 냉혹한 빌런으로 각색됐습니다. 긴장감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원작이 가진 현실적인 뉘앙스는 희석됐습니다.
배우들의 숨은 노력
박정민은 촬영 당시 32세였지만 19살 고등학생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그의 짜증 섞인 연기는 엄마 역의 염정아조차 몰입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극중에서 태일은 총 7대 이상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박정민의 리액션 연기가 매번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마동석은 거석이 형 역할을 위해 중화요리 명인에게 직접 웍질을 배웠습니다. 배에 패드까지 부착해서 몸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다는 비하인드를 알고 나니, 그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스크린 너머로 전해졌습니다. 극중에서 그가 보여준 수많은 애드리브는 웃음을 보장했지만, 솔직히 때때로 캐릭터의 일관성을 흔드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아이돌 팬이 아니었는데 트와이스 팬으로 설정이 바뀐 것도 대중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정해인과 동화 역의 윤경호는 교회에서 만난 형 동생 사이라는 숨은 설정이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를 더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촬영지는 어디일까
태일과 상필이 타던 시티백 오토바이는 중고로 구입해서 새로 페인팅한 거라고 합니다. 박정민은 촬영 후 이 오토바이를 입양할 생각까지 했다는데, 배우와 소품 사이의 애착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추격 장면은 수유동을 비롯한 서울 거리와 춘천의 신매 터널에서 촬영됐습니다. 저는 특히 터널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실제 도로에서 촬영한 티가 나면서도 영화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장풍반점은 군산이 아니라 청주시 사직동의 실제 중국집에서 촬영했습니다. 내부는 세트로 제작했지만 외관은 실제 가게를 활용한 덕분에 리얼리티가 살아있었습니다. 찜질방 장면은 의정부의 제이 힐링 스포렉스에서, 토스트 가게는 하남시 신장동 골목에 세트로 지어 촬영했습니다. 노포집 장면은 홍제동의 칠성 소금구이라는 실제 식당에서 찍었는데, 이런 실제 장소와 세트의 조화가 영화를 더 생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시동」은 원작의 거친 톤을 밝게 순화하면서 가족 관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원작이 품었던 청춘의 날것 그대로의 민낯까지 담아냈다면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우들의 세심한 준비와 실제 촬영지의 리얼리티는 분명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지만, 태일 한 명의 성장담으로 수렴되는 구조는 원작의 입체성을 다소 희생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박정민과 마동석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youtube.com/watch?v=Mj2PTXRJGSU&si=JtUyFCONx-XP-mpd